미슐랭의 본고장, 프랑스는 수많은 미슐랭 레스토랑들부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비스트로, 브라스리, 카페 등 레스토랑 종류도 다양해 미식 여행하기에 최적화된 나라입니다. 프랑스 여행 오셨으면 한 번쯤은 프랑스의 미식 문화를 즐기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은 여행객들께 많이 알려진 레스토랑은 아닙니다. 셰프 혼자서 다 요리하는 작은 레스토랑이랍니다. 작지만 맛은 훌륭했던 파리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Yoshinori를 소개합니다.
Yoshinori 요시노리
레스토랑 이름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이곳은 일본인 오너 셰프 요시노리 모리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레스토랑입니다. 일본인이 하는 프렌치라니? 하실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일본인 셰프들이 꽤 있답니다.
이 작은 레스토랑은 2017년에 열어 일 년 반 만에 미슐랭 별을 받았는데요. 2019년부터 1 스타를 쭉 유지해오고 있었습니다.
파리 오데옹 근처, 유명한 파리의 일본 라멘집 잇푸도 ippudo 바로 옆에 위치해있습니다. 작은 간판에 외관상으로는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처럼 안보입니다.
테이블은 7개 정도 있는 정말 작은 규모의 레스토랑이었고, 나중에 찾아보니 지하에도 테이블이 몇 개 더 있는 듯했습니다. 요리노리 셰프가 혼자서 다 요리를 하더라고요. 주방이 보이는 위치라서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아뮤즈 부쉬
작은 규모라 따로 아페리티프(식전주) 메뉴는 없는 듯했습니다. 와인은 잔으로만 팔고, 와인 페어링은 따로 없었습니다. 이 와인 메뉴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화이트 와인 한잔씩 먼저 시켰습니다.
Anjou Ronceray 2019 - Château de Plaisance (사진 오른쪽)는 과일향이 나는 프레쉬한 화이트 와인이었습니다.
Corbières "L'Envol" 2019 - Domaine Dom&Terre (사진 왼쪽)는 과일향보다는 드라이하고 미네랄이 느껴지는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아뮤즈 부쉬를 바로 가져다주셨습니다. 차가운 오이 벨루떼 (Velouté)와 비트 크림 아뮤즈 부쉬였습니다. 오이 벨루떼는 차가운 오이 수프, 가스파초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날씨가 이날 더웠는데, 시원한 오이 벨루떼를 먹으니 입맛도 돌고 좋더라고요. 비네거와 올리브유가 있어서 상큼한 오이 샐러드를 마시는 느낌이었습니다. 달콤한 맛도 있었고 비네거의 신맛이 입맛을 돋우게 해 준 것 같아요.
오이 벨루떼를 한입에 들이키고, 비트 크림을 떠먹습니다. 자게 모양의 스푼이 너무 귀여웠어요. 비트를 구워서 크림을 만들었다는데, 크림이 입안에서 녹더라고요. 가벼워서 말 그대로 아뮤즈 부쉬- 입안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메뉴 Menu Dégustation
이곳의 저녁 메뉴는 딱 하나뿐입니다. 120유로 가격에 3개의 전식과 생선과 고기 본식, 그리고 디저트로 총 6코스로 진행됩니다. ris de veau (히 드 보- 송아지 흉선 요리)를 맛보시려면 15유로 추가 요금이 있었고, 추가 메뉴로는 치즈 (15유로), 푸아그라 (15유로), 캐비어 (35유로)가 있었습니다.
지난달에 루앙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에서 추가 메뉴로 시킨 캐비어가 정말 맛있었는데요. 그래서 저희는 궁금하기도 하고, 비교도 해볼 겸 이곳에서도 캐비어를 추가했습니다. 루앙에서는 캐비어 추가가 15유로였는데, 이곳은 35유로나 돼서 망설여졌는데요. 아무래도 지방과 파리의 물가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달에 방문한 프랑스 루앙의 미슐랭 원스타 L'Odas후기가 궁금하다면? ▼▼▼
전식 1.
완두콩 젤리를 곁들인 콜리플라워 크림이 나왔습니다. 시원한 완두콩 소르베가 함께 해 여름에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전식 2.
두 번째 전식으로는 굴이 나왔어요. 프랑스에서 굴은 귀한 음식이랍니다. 프랑스 굴은 사이즈가 있는데, 이것은 No.1이라네요. 살이 꽉 찬 굴이 정말 실하게 들어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잘라먹었네요. 한입 물면 부드러운 크리미 한 맛이 느껴져요. 여기에 파를 태워 숯으로 만들어 파의 맛을 극대화시켜 소스를 만들고, 오일을 넣어서 더 굴 향을 살려주고 부드러웠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건 온도가 차가웠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아요. tiède 미지근한 점이 아쉬웠어요.
이곳의 빵은 직접 만든 두 개의 버터와 함께 서비스되는 데요. 하나는 김을 넣어 만든 김 버터와 유자 버터였습니다. 빵은 그냥 평범했는데, 버터는 정말 맛있었어요. 빵으로 배를 채우긴 싫은데, 버터가 자꾸 빵을 부르더군요. 김을 넣은 버터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전식 3.
세 번째 전식은 Maigre라 불리는 생선이 나왔습니다. 사시미로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그냥 평범한 사시미는 아니었습니다. 생선 겉은 토치로 살짝 구워서 풍미를 살리고, 다양한 야채, 과일, 소스들이 함께 들어있어서 조화로운 맛을 이룹니다. 달콤하고 시고, 짜고, 쓴맛도 있었습니다. 고수도 들어가고 정말 다양한 맛이 났어요. 조언해주신 대로 섞어서 먹으니 정말 맛있었어요. 루바브, 우리나라말로 대황을 짜게 만든 것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화룡점정을 이루네요.
추가 메뉴. 캐비어
추가 메뉴 캐비어가 나왔습니다. 루앙에서 먹었을 때는 화이트 초콜릿과 함께한 독창적인 맛의 캐비어라서 정말 맛있었는데, 이곳의 캐비어는 그냥 정말 맛있었어요. 이곳도 슈플레르-콜리플라워를 썼는데, 생으로 잘라서 내었는데 그게 씹는 맛을 살리면서 정말 맛있었네요. 안쪽에서는 생선 타르타르와 조갯살이 들어있어 캐비어랑 정말 잘 어울렸어요. 그리고 독특하게 헤이즐넛 소스를 썼는데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고소한 맛과 캐비어와 생선의 신선한 맛이 입안에서 잘 어울리네요.
맛있었으니 사진 추가. 요리를 해체한 사진은 잘 안 찍는데, 맛있어서 찍어봤어요. 말린 피그(무화과)도 보이고요. 정말 맛있는 캐비어였습니다. 이렇게 비싼 캐비어에 맛 들리면 안 되는데 말이죠. ㅠㅠ
본식 나오기 전에 두 번째 와인도 시켰습니다. 생선이랑 고기가 나올 것이라 화이트를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Saint Joseph 2018 Domaine Saint Cosme으로 골랐습니다. 향이 정말 좋았는데, 맛은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지는 게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본식 1.
첫 번째 본식은 탱글탱글한 대구살 요리였습니다. 뀌송(굽기)이 완벽해서 진짜 쫠깃쫠깃했습니다. 여기에 호박꽃, 호박 튀김과 잘 구운 버섯과 살구를 곁들어내었습니다. 랑구스틴(딱새우)을 소스로 만들어 대구와 잘 어울렸습니다.
본식 2.
두 번째 본식으로 비둘기 요리가 나왔습니다. 식용 비둘기는 프랑스 미식 요리에서 고급 재료로 쓰이는데요. 둥그런 순대같이 보이시는 건 비둘기 간이었어요... 겉면을 태우듯 카라멜리제 했는데 하. 좀처럼 먹기 힘든 재료긴 하지만 좀 거부감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대추 퓌레와 combawa 곰바와라 불리는 레몬 종류의 소스와 함께 내었습니다. 비둘기는 부드럽게 맛있었는데, 비둘기 간은 조금 셌습니다. 그러나 다 먹었다는 사실.. 참 난해한 미식의 세계.
디저트
코코넛 무스와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내오길래 저는 길쭉한 그릇에 서비스된 줄 알고, 스푼으로 퍼먹으려 했는데요. 알고 보니 머랭으로 기둥을 만든 거네요.
이렇게 가볍게 깨서 먹는 디저트였어요. 머랭을 기초로 한 디저트 파블로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디저트 좋아하는 우리 집 프랑스 남자가 극찬을 하더라고요. 제 입에도 너무 달지 않고, 산뜻하게 마무리하는 디저트라 맛있었답니다.
커피와 함께 마지막으로 나온 마무리 달다구리는 휘낭시에와 체리, 과일 젤리 (Pâte de fruit), 초콜릿이 나왔어요. 특히 생 초콜릿이 맛있었습니다.
총평
이곳은 프랑스를 처음 방문하셔서 화려한 파리 미슐랭 레스토랑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해드리지는 않습니다. 작은 레스토랑이라 실망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맛은 정말 훌륭했고요. 작은 재료 하나하나 굉장히 맛에 신경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리가 세련되고 우아했달까요. 그래서인지 보통 미슐랭 레스토랑 가보면 손님들은 나이 지극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이곳은 다 젊은 층이더라고요. 저는 파리의 숨겨진 보물을 찾은 듯했어요. 셰프님이 혼자 주방에서 일하고 계셨지만, 일본인 서버 분도 혼자 일하시는데, 식사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잘 신경 쓰셨고요.
다만 와인 리스트가 적고 와인 페어링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점, 가격이 조금 있었다는 정도? 하지만 한국 미슐랭 원스타와 비교해보면 비슷한 수준일 듯합니다.
Yoshinori
18 rue Grégoire de Tours 75006 Paris
일, 월 휴무
화요일, 목~토요일 12시 30분 ~ 14시, 20시~ 21시 30분
수요일은 저녁만 20시~21시 30분
예약 : www.yoshinori-paris.com
가격정보: 저녁 메뉴 120€, 점심 메뉴 95€, 68€
프랑스에는 잘 찾아보면 합리적인 가격에도 미슐랭 레스토랑을 즐길 수 있으니, 여행 오셔서 한 번쯤은 좋은 레스토랑에서 파인 다이닝을 즐겨보세요. 그럼 저는 다음 프랑스 맛집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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