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서 바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맛있는 음식입니다. 여행 중의 좋았던 음식으로 때로는 여행지를 기억하기도 합니다. 특히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말이죠. 최근에 다녀온 프랑스 루앙이 저는 이 레스토랑으로 기억이 될 것 같은데요. 루앙의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L'Odas를 소개하겠습니다.
L'ODAS
Rouen
이곳은 호텔에서 가까운 레스토랑을 찾다가 평점과 후기가 좋은 레스토랑을 발견해서 찾은 곳인데요. 2020년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이더라고요. 황금연휴기간이어서 당일 예약이 가능할까 반신반의로 문의를 해보았는데, 테라스라면 식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얼른 예약을 했습니다.
사실 테라스에서 저녁식사하기엔 추운 날씨였습니다. 5월 말이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날씨가 추워져서, 가져간 긴 옷이라곤 가디건 하나라서 꽤 떨면서 식사했습니다. 미슐랭 레스토랑이고 뭐고, 짝꿍 옷 껴입고 좌석에 배치되어 있던 두꺼운 담요를 몸에 둘둘 말고 밥을 먹었습니다. 비싼 돈 내고 이럴 일인가? 싶었지만요.
프랑스 레스토랑은 이런 테라스에도 히터가 가능했는데, 최근 루앙시에서 에너지 절약, 환경 보호 차원에서 히터를 중단시켰다고 하네요. 때문에 예약을 받을 때, 이 점을 안내받긴 했었습니다.
아뮤즈 부쉬
아직 메뉴판도 가져다주지도 않았는데, 3가지의 아뮤즈부쉬 amuse-buche가 바로 서비스되었습니다. 한입 크기의 핑거푸드로 메뉴와 상관없이 제공되는 것이랍니다.
무와 관련된 아뮤즈부쉬였습니다. 비트 크림이 올려진 포카치아 같은 짭조름한 빵, 빨간 무 사블레, 그리고 쌈무처럼 생긴 무가 고급스럽게 꼬치로 나왔습니다.
강렬한 첫인상을 준 빨간무 사블레는 조금 특이했어요. 달콤한 사블레에 아삭한 빨간 무 야채가 얹어지니 흥미롭더라고요.
쌈무를 기대했다면 오산. 무꼬치안에는 누와젯 noisette (헤이즐넛) 가루와 무 채소 크림이 들어있어 고소했습니다. 가볍게 즐기기 좋았던 아뮤즈 부쉬였습니다.
블라인드 메뉴: 6코스
이제서야 메뉴판을 가져다주십니다. 메뉴는 심플했습니다.
점심메뉴 (전식, 본식, 후식) 39€
4코스 메뉴 (2가지 전식, 본식, 후식) 69€
6코스 메뉴 (3가지 전식, 2가지 본식, 후식) 89€
푸른 바닷가재 메뉴 (바닷가재 3코스 메뉴와 치즈, 후식) 149€
저희는 6코스 메뉴를 시켰습니다. Menu à l'aveugle(블라인드 메뉴)이라 해서 어떤 메뉴가 나오는지는 미리 알려주지 않고, 셰프가 제철 재료로 메뉴를 만들기 때문에 그때그때 바뀌는 듯했습니다. 알레르기가 있는지만 체크했습니다.
3가지 와인 페어링이 있어서 함께 시켰습니다. (40€)
빵을 가져다 주시기 전에 버터, 올리브, 후추를 세팅해주십니다.
맷돌같이 생긴 무거운 돌이 나오는데, 후추를 갈라고 주신 것입니다. 직접 해보니 잘 갈리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냥 후추를 짓이기는 정도? 맷돌처럼 갈아보기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어요. 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ㅋㅋ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노르망디 산 버터에 굵은소금이 뿌려 나왔는데요. 여기 버터 정말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올리브유는 프로방스산이라면서 와인처럼 라벨을 보여주시고 서비스해주십니다.
빵은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들어서 따뜻할 때 서비스됩니다.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습니다. 식사 도중에 계속 빵이 종류별로 서비스가 됩니다. 따뜻하게 나오니 빵을 권유하면 거절을 못하겠더라고요. 바게트도 정말 곡물, 호밀, 참깨 등 정말 다양했어요. 배만 안 불렀으면 다 맛봤을 겁니다.
전식 1
첫 번째 전식 Entrée (엉트레)으로 장어가 나왔습니다. 프랑스에서 장어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한국에서 장어를 구워 먹기만 했는데, 이렇게 훈제로 익혀 나오니 새로웠어요. 세 가지 다양한 맛의 콜리플라워와 함께 나왔는데요. 젤리 같은 콜리플라워와 피클 같은 콜리플라워와 크림까지 대단한 맛의 조화였습니다.
검은 크림은 일본의 뭐라 하셨는데, 기억은 안 나네요. 진한 간장 같은 원액인 것 같은데 같이 먹으니 동양적인 맛이 났어요. 아마도 김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어서 저에겐 더 익숙한 맛이었는데요. 부드러운 첫 전식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첫 번째 와인
Jurançon blanc : 쥐라쏭 화이트 와인이 나왔습니다.
추가 메뉴: 캐비어
직원분께서 특별한 크리스탈 캐비어 추가 메뉴(15€)가 있는데 할꺼냐 물어보셨어요. 독창적인 음식이라고 해서 저는 망설이고 있는데, 우리집 프랑스 남자는 고민도 안 해보고 바로 oui(네!) 하더라고요. 훈제 장어 첫 번째 전식이 맛있어서, 추가 메뉴도 쉽게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와 근데 이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너무 예쁘게 나오기도 했지만, 캐비어와 콜리플라워 크림과 화이트 초콜릿, 그리고 헤이즐넛이 입안에서 섞이니 너무 잘 어울리더군요.
캐비어의 짠맛을 콜리플라워 크림이 부드럽게 감싸주며 달콤한 화이트 초콜릿과 섞이니 단짠단짠의 완벽한 하모니였습니다. 풍부한 감칠맛과 풍미에 너무 과하지 않은 화이트 초콜릿을 얹으니 정말 맛있습니다.
캐비어를 어떻게 초콜릿이랑 먹을 수 있지?라는 의심을 무색하게 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L'odas의 최고의 독창적인 음식이었습니다. 15유로의 추가 메뉴가 전혀 아깝지가 않았습니다.
전식 2
두 번째 전식이 나왔습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귀여운 볼을 가져다주셨습니다. 복숭아같이 귀여운 모양의 뚜껑을 열어보니,
앙증맞은 수프가 나옵니다. 맑은 고등어 수프입니다. 장어에 고등어에 프랑스에서 먹기 힘든 것들만 나오니 정말 좋았습니다. 한국인도 좋아할 만한 따뜻한 국물이 나오니, 벌벌 떨면서 테라스에서 식사하는 와중에 몸이 풀리더라고요.
안에 들어간 채소는 Fenouil 프누이, 펜넬이라고 하는 미나리과 식물인데, 한국어로 '회향'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 많이 쓰이는 식재료로 향이 독특합니다. 향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호불호일 수도 있는데, 저는 간장 고등어조림 국물 생각나대요. 씁쓸할 수 있는데 올리브 오일을 넣어 오래 끓여서 깊은 맛이 났습니다.
같이 들어간 해초 같은 것은 Raisin de mer라고 해서 '바다 포도'라고 하네요. 톡톡 터지는 씹는 맛이 있습니다. 국물 아래에는 citron caviar 레몬 캐비어라고 불리는 '핑거 라임'이 같이 씹혀서 바다 포도와 같이 재미있는 텍스쳐를 맛보았습니다.
+두 번째 와인
Saumur 2018 rouge : 쏘뮈르 2018년 산 레드 와인이 나왔습니다.
전식 3.
세 번째 전식으로 팬에 구운 푸아그라와 구운 문어에 완두콩, 완두콩 크림이 곁들여 나왔습니다. 구운 푸아그라는 저희 프랑스 어머님이 해주신 것만 먹어봤는데, 기름이 있는 푸아그라를 구우니 더 느끼해서 저는 그냥 그랬거든요. 하지만 이곳의 푸아그라 그릴은 완벽했습니다. 겉은 바싹히 구워서 겉바속촉의 완벽한 익힘의 구운 푸아그라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푸아그라와 문어는 조금 특이한 조합이었는데, 맛있었습니다. 겉바속촉의 부드러운 텍스쳐의 푸아그라와 단단하지만 쫄깃한 질감의 문어를 조개 크림? 무스?와 함께 에멀젼한 것을 맛보니 어울렸어요. 시몬의 농장에서 수확했다는 신선한 완두콩과 완두콩크림은 고소한 맛을 더해주었습니다.
전식 4.
흠 지금 보니 전식이 4개인가요? 아니면 첫 전식이 에피타이져였을까요? 세어보며 먹지 않아 몰랐는데, 지금보니 종류가 많습니다.
마지막 전식으로는 랑구스틴 langoustine 요리입니다. 딱새우가 정말 부드러웠습니다. 시몬의 농장에서 수확했다는 첫 번째 어린 호박을 그릴 해서 같이 곁들였습니다. 농축된 해산물 소스와 함께 나왔는데요. 우리나라 돌솥이 생각나는 돌접시에 서비스되어서 새우가 계속 따뜻하게 부드럽게 유지되어 음식을 다 먹고도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손난로로 부여잡고 있었네요. (테라스 식사 수난기! 흑흑)
본식 1.
드디어 본식입니다. 마치 공룡알을 깨고 나온 듯한 접시에 나온 생선요리였습니다. 쫄깃한 흰 살 생선을 마늘과 사프란 소스와 함께 먹었는데, 프랑스 남부에서 먹는 아이올리(Aïoli)- 생선과 야채를 마늘 마요네즈 소스랑 먹는 음식-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굵은 흰색 아스파라거스도 너무 신선했습니다.
본식 2.
본식 ris de veau 송아지 흉선 요리입니다. 송아지 흉선이라니? 에밀리 인 파리에서도 민디가 에밀리에게 프랑스에서 ris de veau(히 드 보)는 시키지 말라고 하는 그 요리입니다. 향이 강하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식감도 물컹할 수 있고요.
저도 익숙한 맛이 아니라 좋아하는 요리는 아닌데, 에샬롯 소스와 함께 먹을 만했습니다. 이런 음식은 강한 향을 잡는 게 가장 우선일 것 같은데, 이곳 요리는 세지 않아서 다 먹었습니다. 겉을 바싹하게 구웠고, 솔향을 입힌 듯했습니다.
어린 송아지 흉선은 미식 요리라고 하는데, 이런 걸 뭐 자주 먹어봤어야 맛을 알죠. ㅋㅋ 몇 년 전에 파리에서 처음 가본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에서 송아지 뇌가 나와서 조금 충격이긴 했는데, 그때도 물컹한 이 맛은 뭔 맛으로 먹는 걸까? 어려운 프렌치 음식였습니다.
+세 번째 와인
Vin normand : Arpents du soleil 노르망디 산 레드와인이 나왔습니다.
후식
상큼한 딸기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마무리하는 디저트라 좋았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아래는 타르트처럼 사블레판이 깔려있고, 그 위에는 아이스크림과 두유 크림, 딸기 무스를 올리고 딸기 설탕 막을 위에 덮었습니다. 크림브륄레의 설탕막을 깨 먹는 것처럼 딸기설탕막을 깨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런 코스요리에서 양은 중요한데, 식사마다 헤비 하면 정말 치즈나 디저트 나올 때 힘들거든요. 그래서 프랑스 인들은 천천히 오래오래 수다 떨면서 저녁을 먹는 것 같아요. 이곳도 정말 천천히 서비스되었는데, 테라스에 있어서 그런지 더 신경을 못 받는 느낌이라 더욱 느리게 진행되는 점 좀 피곤했습니다.
끝이 아니다! 또 나온다.
밤이 깊어가고, 열두 시가 다돼가는데 디저트 먹었다고 또 끝이 아닙니다. 또 무언가를 들고 오십니다. 아마 커피와 먹으라고 주시는 걸까요? 밤이 깊어 저는 커피를 시키지 않았지만, 짝꿍은 커피를 시키네요. (제발 추운데 얼른 들어가자 좀)
마무리 입가심으로 나온 머랭 쿠키와 티라미슈입니다. 티라미슈를 이렇게 앙증맞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고 또 뚜껑을 여시네요.
안쪽에는 누가가 있습니다. 달고 끈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또 맛을 봤습니다.
짝꿍의 커피가 한참 지나 나옵니다. 레스토랑도 마감을 준비하는지라, 테라스에 있는 마지막 손님을 잊었나 봅니다. 설탕도 예쁘게 나오는 커피입니다. 설탕을 괜히 더 넣어보고 싶네요.
총평
루앙을 여행한다면 또다시 가고 싶은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재료들이 정말 신선하고, 창의적인 음식들이었어요. 노르망디 지역이라 그런지 생선- 장어, 고등어 프렌치 음식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캐비어 요리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다만 추운 날 테라스 좌석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고요. 그렇지만 저는 음식이 맛있어서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또 루앙 대성당 바로 뒤에 위치해있어서 성당 종소리 들으면서 먹는 저녁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아서요.
프랑스 루앙은 북쪽 노르망디의 중심도시로, 파리에서 차로 두 시간이나 기차로 한 시간 십 분이면 갈 수 있어 당일치기로도 여행이 가능한 도시입니다. 화가 모네의 연작 <루앙 대성당>과 잔다르크의 마지막 처형지로도 알려진 루앙은 역사와 예술이 공존해 파리 근교 여행이나 주말여행을 생각하실 때 추천드립니다.
L'OAS Rouen
4 Passage Maurice Lenfant, 76000 Rouen
화요일 ~ 토요일 12시~14시 반, 19시~21시 반
일, 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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