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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활 정보

휴지에 관한 동서양 문화 차이 (ft.김건희 레노바 휴지)

대통령 부인이 쓰는 휴지가 고가의 유럽 프리미엄 휴지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유료화장실에서 쓰이고, 강남의 고급 산후조리원에서만 쓰인다는 휴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조금 생활하셨거나 살았던 분들은 이런 두루마리 휴지가 책상에 놓여 일상생활에서 쓰인다고 하면 황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프랑스 생활 초기에는 몰랐던 문화 차이였는데요.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도 한번 이야기 나왔던 주제라, 두루마리 휴지에 관한 동서양 문화 차이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김건희여사-레노바휴지사진노란컬러휴지
화제가 되었던 김건희 여사의 노란 컬러 휴지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에서만!

서양문화에서는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에서만 놓인다는 사실 아시나요? 이 휴지는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만 사용하는 것이라 절대 방안이나 책상에 내놓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는 각티슈를 사용합니다. 프랑스에서는 mouchoirs 무슈아라고 합니다. 또 밥 먹을 때는 serviette de table 서비에뜨 드 따블라고 해서 두툼한 식탁용 휴지를 사용합니다. 매번 세비에뜨를 사용하는 건 아니고 보통의 식사에서는 소팔랑 sopalin이라 불리는 키친타올로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유학생활 초창기 때는 당연히 두루마리 휴지 사서 화장실에도 놔두고, 주방에도, 방안에도 놔두고 손이 닿는 곳에 놓았는데요. 유학생이 두루마리 휴지와 티슈를 구분해서 살 만큼 여유도 없었지만 사실 휴지에 대한 개념이 없었답니다. 우리나라야 식당에 가면 두루마리 휴지가 나와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으니까요.

 

또 이곳의 두루마리 휴지는 흰색도 있지만,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등 컬러풀해서 나름 예쁘다고 생각했고요. -_-

 

어느 날 프랑스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는데, 웃픈 에피소드가 시작되었습니다.

 

베르! 이게 왜 여기 나와있어? ㅋㅋㅋㅋ

이건 똥 닦을 때 쓰는 거라고!

 

뭐라고? 난 입 닦을 때도 쓰는데?

 

?! 맙소사

베르, 이건 Papier toillette 파피에 뚜알렛이라고 한단다.

 

착한 프랑스 친구들이어서 진지하게 대답하는 저에게 다른 문화 차이를 설명해주었습니다.

 

불어로 papier toillette 파피에 뚜알렛 -화장실 종이-라고 하고, 구어로 PQ 뻬큐 -똥구멍 종이-라고도 한답니다.

 

어느 날 한국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다가 이 주제에 대해 또 나왔는데요. 한 친구가 에펠탑이 보이는 상드마르스 공원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피크닉을 했는데요. 음식도 준비하고, 술도 준비하고, 종이컵에 접시에 모든 준비물들을 내놓았는데, 두루마리 휴지까지 내놓은 순간, 친구들이 웃더래요. 왜 웃는지 몰라 당황했다고 하네요.

 

네. 두루마리 휴지는 이곳에서는 똥 닦는 용으로만 쓰인답니다.

 

이런 용도라는 걸 확실히 안 다음부터는 저도 조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코 풀 때는 소리 내어 확실히 푼다.

휴지 이야기가 나와서 이 이야기도 덧붙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콧물이 나와도 밖에서 코를 소리 내면서 푸는 거 예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여기서는 코를 소리 내면서 풀어야 깔끔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코를 들이켜는 소리가 더 더럽다고 생각해서요. 훌쩍훌쩍하는 것도 불결하다고 생각해서 확실히 휴지로 풀어야 깨끗하다고 생각해요.

 

제 짝꿍도 제가 조금만 코가 막히거나, 훌쩍이면 바로 풀어라고 합니다.

이럴 때는 mouchoir 티슈로 풀어야겠지요.

 

유럽 프리미엄 화장지라고?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어디나 무료로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유료화장실이 있는 곳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유료화장실은 깨끗하고, 사용 후 청소해주시는 분이 계셔서요. 보통 1~2유로 정도 하니까, 여행 중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 동전을 구비해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화제가 되었던 컬러 화장지는 저도 유료화장실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루마리 휴지에 대한 이곳 인식 때문에 비싸 보았자 결국 화장실에서 쓰는 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도 레노바 휴지를 사용하고 있었네요?

뭐야, 나도 레노바 휴지가 있었네?

레노바-키친타월-사진
나도 쓰고 있었네?

무심결에 집에서 있는 키친타월을 보니, RENOVA라고 써져있네요. 키친타월을 대용량으로 구매하면 마트 카드에 70% 적립해준다고 산 것이었는데요.

 

딱히 휴지를 브랜드를 보고 사는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저렴한 가격보고 사는 것이라 브랜드 인식이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화제가 되어 고급이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화장지다. 이래서 재밌다 하며 기사를 읽었던 것이 우리 집에 있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화제가 된 컬러 휴지는 아니지만요!

키친타월이라 해서 고급이 느껴지고 그런 건 아니랍니다. 똑같은 키친타월이던데요. 가격도 딱히 비싸지도 않았습니다.

 

프랑스마트-레노바휴지사진프랑스마트-레노바키친타월사진
프랑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레노바 휴지들

 

 

RENOVA 휴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휴지?

레노바홈페이지사진레노바홈페이지사진-세상에서가장섹세한휴지
레노바 화장지 홈페이지

1939년 포르투갈의 알몬다 강에서 설립된 화장품 브랜드였던 레노바는 1960년대부터 화장지에만 전념해온 화장지 브랜드입니다. 2002년 파리에 자회사를 설립한 후, 포르투갈 밖에 유일한 공장을 2013년 프랑스 Saint-Yorra에 설립해 프랑스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케팅을 잘한 것 같습니다. 레노바 휴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더니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휴지, 우리는 섹시한 화장지이다.라는 문구로 원색의 컬러로 눈길을 끕니다.

 

선물용-레노바3롤화장지
선물용 레노바 3롤 컬러 휴지

선물용으로 나온 컬러 휴지는 3 롤에 12,28유로 한화 16,000원 정도 되겠네요.

6 롤 묶음 컬러 휴지의 가격은 8,40유로 한화 11,000원 정도입니다.

레노바-6롤컬러휴지
레노바 6롤 컬러휴지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김건희 휴지가 가격이 비싸서 화제가 되었겠지요. 프랑스에서 14년 거주 중인 제가 본 유럽 고급 컬러 화장지는 그저 이곳에서의 papier toillette 파피에 뚜알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녔습니다. 오히려 책상에 내놓고 사용하는 게 서양인들이 볼 때는 웃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비싸다고 고급 휴지다 뭐다해도 유럽에서는 그냥 똥 닦는 용이라는 거.

 

화제가 된 기사를 보며 저의 웃픈 휴지 에피소드를 공유해보았습니다. 그럼 또 다른 프랑스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