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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활 정보

프랑스 세속주의, 라이시테 Laïcité 란 무엇인가?

프랑스에 살면서 종종 세속주의, 라이시테라는 단어를 듣게 됩니다. 특히 인종, 종교가 다양한 프랑스에서 라이시떼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세속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세상을 말하며 사회의 일반적인 풍습, 관습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쉽게 말해 종교와는 반대되는 말입니다. 세속주의는 이러한 사회의 풍습, 관습이 종교나 종교적인 믿음과 분리되는 것을 말합니다. 라이시떼는 프랑스식 세속주의를 말하며, 정교분리 사상 -정치와 교회가 분리된다-을 의미합니다. 그럼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프랑스-세속주의-라이시떼-썸네일

 

 

프랑스 헌법에 명시된 라이시떼

프랑스 공화국 헌법 제 1조
La France est une République indivisible, laïque, démocratique et sociale.
Elle assure l'égalité devant la loi de tous les citoyens sans distinction d'origine, de race ou de religion.

프랑스는 불가분적, 비종교적, 민주적, 사회적 공화국이다.
프랑스는 출신, 인종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시민이 법 앞에서 평등함을 보장한다.

 

프랑스 헌법 1조에 프랑스 공화국은 비종교적 국가로 라이시떼를 국가 이념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세속주의 국가임을 헌법 1조 첫 문장에 명시한 것입니다. 이에 프랑스에서 종교는 개인적인 사생활 영역이며, 정치 등의 공적인 영역에서는 종교를 드러내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사는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복장이나 십자가 모양의 목걸이를 한다거나 하는 것을 학교에서 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자유인데 뭐가 문제냐 할 수 있지만, 사회적인 장소-학교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종교를 나타내는 복장이나 포교활동은 금지됩니다. 물론 성직자는 예외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시작됩니다. 무슬림 이민자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면서 프랑스 사회에 많은 갈등과 문제가 생깁니다. 최근 프랑스 최고 행정 법원은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식 여성 수영복인 '부르키니'를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종교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얼굴 가리기 금지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슬람 종교를 차별하는 규제가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특정 종교와 문화를 드러내지 않는다라는 프랑스의 헌법적 가치를 반영한 것입니다.

 

 

흔들리는 프랑스 라이시떼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개인의 종교도 수집하면 안 됩니다. 프랑스 내의 무슬림 인구는 10% 정도로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숫자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내의 이슬람 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극단적인 이슬람 세력도 생기고 영향력이 커지며 프랑스의 라이시떼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내 극단 이슬람 세력의 테러와 교사 참수 사건이 예입니다. 프랑스를 국가비상차원상태까지 가게 만든 사건들이었습니다.

 

 

라이시떼와 똘레랑스

라이시떼의 원칙으로 개인의 자유, 인권을 침해한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다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프랑스 공화국의 또 다른 정신 중 하나인 똘레랑스라고 불리는 관용 정신으로 이민자 종교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과연 똘레랑스로 라이시떼를 보아야 할까요?

 

 

 

똘레랑스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사상과 이념에 대한 존중, 너그러움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에서의 똘레랑스는 종교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톨레랑스가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프랑스 공화주의 이념에 동의한다라는 전제가 깔린 것이기 때문에 라이시떼에 대한 동의가 전제가 깔린 것입니다.

 

종교가 개인의 영역을 뛰어넘어버리면 더 이상 관용의 정신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슬람의 종교와 문화를 프랑스 사회적으로 똘레랑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불관용인 것을 관용하는 것'이라 말이 맞지 않는 것이죠.

 

 

 

왜 라이시떼인가? 프랑스의 라이시떼 역사

이처럼 라이시떼는 프랑스만의 특별한 국가 이념으로 오늘날의 프랑스에 와서는 종교 탄압, 차별이 아니냐라는 양날의 검같은 존재가 돼버렸는데요. 프랑스는 어떤 이유로 라이시떼를 헌법 1조에 넣을 정도로 이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바로 먼저 프랑스의 과거 역사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한때 프랑스는 강력한 카톨릭 국가였으나 종교가 권력화 되면서 많은 문제들이 생겼죠. 프랑스는 이런 종교적인 문제를 많이 겪으며 과격하게 진압하고 수많은 희생자들을 학살한 역사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종교 전쟁)

 

드레퓌스 사건

이러한 배경에, 특히 1894년에 있었던 프랑스 정치 역사에서 유명한 사건이기도 한 드레퓌스 사건은 라이시떼를 헌법에 명시한 계기가 됩니다. 유대계 프랑스 군인 드레퓌스가 독일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종신 유배를 보냈는데요. 종교계, 정치계 모두 드레퓌스를 비난하고 반유대주의 운동까지 일어나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나중에 진범이 따로 있다는 확증에도 군부에서는 사건을 은폐해버립니다. 이에 또 한 번 나라가 뒤집어집니다. 카톨릭과 보수세력, 지식인과 진보 정치인 등 각계각층에서 서로 격렬하게 싸우고, 이에 충격받은 프랑스 대문호 에밀 졸라가 신문에 나는 고발한다 (J'accuse)는 편지를 쓰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되고 지식인들이 들고 일어섭니다. 

 

졸라의 신문 기고는 후폭풍이 엄청나서 프랑스에서 내전을 방불케 한 시위, 폭동, 결투, 테러 등의 싸움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정부에서는 개혁이 이루어지고, 매우 엄격한 수준의 정교분리 정책을 실시하게 되는데요. 이때 라이시떼 원칙이 수립됩니다.

 

드레퓌스의 유죄를 주장했던 프랑스 카톨릭 교회는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반유대주의를 선동, 조작하고 공화제를 반대하는 등 이 사건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프랑스는 1905년 법으로 정교분리를 규정해 교회와 국가를 분리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프랑스 공화국은 어떤 종교도 국교로 인정하지 않고, 정치적 권한도 행사할 수 없음을 규정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어찌 보면 프랑스는 오랜 역사 내 종교와의 대립은 지긋지긋한 사건이고 끊임없는 논쟁과 수많은 희생을 낳았기 때문에, 헌법에까지 명시하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입장을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건국이념으로 생각해본다면 이 같은 강경대책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식 개인주의 사상, 다원주의와 다문화주의로 평가해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인구가 커지며, 프랑스 내의 이슬람 정책은 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종교가 사회의 영역까지 침법 해버리면 프랑스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인들은 오랜 시간 라이시떼의 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은 프랑스의 라이시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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