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를 구경하는 건 해외 살이의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시간 있을 때는 천천히 모든 섹션을 들러 어디 흥미로운 물건은 없나, 맛있는 건 없나?! 못 보던 신상품은 없는지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아시아 식품 칸은 꼭 잊지 않고 들려야 하는 곳이다.
아무리 현지 음식을 좋아한다 해도, 미식의 나라 프랑스라 해도,
프랑스 빵이 기가 막히게 맛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한국인!!
주기적으로 이 느끼함과 해소되지 않는 입안의 텁텁함을 씻기 위해
아시아 식품 칸은 나의 참새 방앗간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해외 사는 모든 한국인은 똑같을 것 같다.
내가 자주 가는 마트는 꺄르푸 Carrefour인데 도시마다 있는 대형마트이다.
대표적인 프랑스 대형마트는 이 꺄르푸 외에도 오샹 Auchan, 모노프리 Monoprix, 프랑프리 Franprix, 인터 막쉐 Intermarché, 카지노 Casino, 르 클레르 Leclerc 등 다양하다.
마트별로도 아시아 식품 칸은 종류나 제품들이 많이 달라서
종종 여행을 가거나 다른 도시에 있을 때 들려 여러 마트들의 아시아 식품을 구경하고는 한다.
물론 파리에는 대표적 한인 마트인 케이 마트와 에이스 마트가 있다.
대형 중국 마트 떵프레르, 파리 스토어에도 한국 식품을 저렴하게 팔기도 한다.
또 요즘에는 온라인으로도 주문할 수 있는 한국 마트가 있어 어렵지 않게 한국음식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파리 시내에 살지 않아서
파리 나갈 때 시간이 있거나, 가방에 여유가 있을 때 한인 마트를 들러 장을 봐온다.
온라인 한국 마트는 가격도 비싸고, 배송료도 비싸고
특히 냉동식품 배송이 힘들어서 지난 봉쇄 기간 중에 두 번 정도 이용하고 말았다.
그래서 따로 맘먹고 가지 않아도 되는 동네 프랑스 대형마트에서 아시아, 한국 식품을 사는 걸로 만족하고 산다.
내가 여기서 주로 구입하는 건 한국 라면, 우동 면류, 일본 스시 쌀. 종종 비비고 만두!
요리하기 싫을 때는 중국식 볶음밥이나 넴, 딤섬
Bio 유기농 섹션에서 두부나 순두부. (나의 필수템, 하지만 한국 마트에서 사는 게 훨씬 맛있다.)
십 년 전 내가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는 일반 마트에서 한국 식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시절에는 한인마트를 정기적으로 출석했었다.ㅋㅋ
이제는 이곳에 한국이란 나라도 여기서 많이 알려지고,
K-pop과 K 드라마로 한국 음식도 많이 알려졌다.
마트에도 한국 상품이 등장했다.
미스터 민 Mr.Min과 메종 드 꼬레 Maison de Corée란 회사에서 나오는
한국 라면, 한국 김스낵, 쌀과자 스낵 등 처음 발견했을 땐 너무 반가웠다.
라면이 떨어졌을 때 동네에서도 살 수 있으니까.
라면을 즐기는 건 아니지만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는 여기서는 라면이 최고.
한창 불닭볶음면이 유행했을 때에
모노프리에서 삼양과 메종 드 꼬레의 콜라보로 불닭볶음면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하고 혼자 빵 터짐.
물론 가격도 비싸고 맛도 오리지널 불닭볶음면보다 덜 했지만
왠지 한국인으로서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종종 사 먹었다. ㅋㅋ
매운맛은 주기적으로 수혈해야 한다.
얼마 전에 우리 집 프랑스인이 혼자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베르! 나 한국 매운 소스랑 김치를 샀어!!"
자랑스럽게 웃는 것이다.
엥? 김치라고? 매운 소스?
한국 매운 소스가 뭔 소스인지 감이 안 왔는데
알고 보니 비비고 초고추장이었다!!!!
이제 초고추장도 살 수 있는 것이다.
갓 비비고!
비비고 만두를 마트에서 접했을 때는 기뻤다.
아무리 냉동 만두는 쉽게 프랑스에서 구할 수 있다지만 중국식은 뭔가 냄새가 난다.
오리지널 한국 맛을 따라올 수 없으니까.
한국 마트에서는 비싸게 판다.
이제 프랑스 마트에 맛도 다양하게 출시되어 마트 냉동칸에 차지하는 걸 보니
또 종류별로 사놔야 할 것 같은 충동과 함께 구매.
우리 집 프랑스인이 사 온 김치는 볶음 김치로
가격은 3.9유로라 양에 비해 많이 비싸지만
괜히 사치 부리고 싶을 때 사 먹을 것 같다.
편의점에서 파는 볶음 김치 맛.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으니.
이 말을 하려고 주절주절 말이 많았나 보다.
추석쯤에 이곳에서도 Fête de la lune이라 하여 아시아 음식들을 세일했다.
꺄르푸도 아시아 식품 칸을 재정비해 나라별로 분리했는데
Corée du sud 우리나라 칸도 보여 가봤다.
떡볶이를 파는 것이다!
떡볶이!!!
해외 살면서 그리운 것 중 하나이다.
집에서 해먹을 수도 있지만 떡은 한국 마트에 가서 꼭 사 와야 하니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두 개 집어 와서 우리 집 프랑스인과 함께 맛을 봤다.
소스는 스프 타입에 건더기 스프에는 야채 건더기와 깨들이 들어가 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잘 섞어서 전자레인지에 4분만 돌리면 된다.
인스턴트 제품이라 맛은 솔직히 기대 안 하고 떡볶이가 반가워서 사 온 게 컸는데,
의외로 떡이 괜찮았다!
맛도 단맛이 강하긴 했지만 맛있었다.
치즈 한 장 넣고 먹으면 꿀맛.
떡도 많이 들어가 있고,
가격도 2유로 정도면 나쁘지 않아서 너무 괜찮아서 집에 쟁여두었다.
동네 마트에서 떡볶이를 살 수 있다니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다.
떡볶이가 뭐라고...
한국에 있으면 맛있는 게 많아 잘 생각나지 않는데
해외만 나오면 생각나는 게 떡볶이다.
이 회사의 김치 우동도 팔아서 같이 사 왔는데 이건 별로.
새우 우동이 더 맛있다.
종류별로 사 와서 맛은 다 봄 ㅋㅋㅋ
점점 프랑스 마트에서 못 보던 한국 식품들이 늘어나는 걸 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걸 느낀다.
나도 음식으로 한국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ㅜㅜ
이렇게 향수를 달래 본다.
엊그제는 짬뽕이 생각나서 해 먹으려고 처음 본 한국 생라면 사리면을 샀는데
계산하는 아시아계 마트 점원이 이런 것도 있냐며 어디서 찾았냐 나에게 물어본다.
해외 살면 고향 음식 찾는 건 다 같은 마음일 듯.
벌써 다음 주면 크리스마스.
이곳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온 가족이 다 모이는 특별한 날이니 한국 명절과 다름없다.
그래서 더욱 한국에 있는 내 가족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한국 음식으로 헛헛한 마음을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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