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는 크고 작은 박물관, 미술관이 많습니다. 유명한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은 그 규모도 커서 보는데 하루 종일 걸리고 발도 아픕니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미술관이지만 다녀오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곳이라 여러분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파리 도심 내 숨겨진 작은 아틀리에 '자드킨 미술관'입니다. 파리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무료이고, 그 규모가 작아서 잠깐 들려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입니다. 게다가 자드킨 미술관 안의 작은 정원은 파리 아파트 건물들 사이에 숨겨져 있어서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입니다. 그럼 자세히 소개해 볼게요!
자드킨 미술관 Musée Zadkine
자드킨 미술관은 러시아계 조각가 오십 자드킨이 1928년부터 살았던 파리의 집과 아틀리에로 이곳에서 1967년 그의 생을 마칠 때까지 살았습니다. 그의 아내 화가 발렌틴 프락스가 파리시에 기증해, 1982년부터 파리시 소장의 미술관으로 탄생했습니다. 파리 룩셈부르그 공원 근처인 6구에 위치해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고 아담한 미술관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만족할 수 있는 미술관입니다.
오십 자드킨 Ossip Zadkine
1888년 러시아 출신 오십 자드킨은 1906년 영국으로 가 회화를 공부하고, 1910년 파리로 오게 됩니다. 에꼴 보자르에 입학했으나 6개월 만에 학교를 자퇴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집트 조각과 로마네스크 석상들을 보고 단순화하거나 강조하는 형태에 설득당해, 기존의 원칙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수립합니다.
벨 에포크의 시대의 파리에서 그는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게 됩니다. 모딜리아니, 마티스, 부르델, 샤갈, 피카소 등과 교류를 하고 특히 피카소를 통해 큐비즘을 접하게 되며, 조각에서 큐비즘을 구현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에서 20세기 초 원시주의와 아방가르드, 형태 기하학의 큐비즘, 신화적 주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드킨 미술관은 파리 아사스 Assas 길에 위치해있습니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조그만 자드킨 미술관 팻말에 안으로 들어가 보면 놀라운 공간이 펼쳐집니다.
프랑스 아파트들은 안쪽에 들어가면 또 다른 아파트가 나오는 특이한 구조가 많습니다. 이곳도 아사스 길에서는 보이지 않은 공간이 숨겨져 있었는데요.
높은 건물의 파리 아파트들로 둘러싸인 자드킨이 살았던 집과 아틀리에가 맞이해줍니다. 아담한 장소라 실제 작가의 집에 초대받은 느낌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려니 직원들이 무료입니다! (C'est gratuit!)라고 안내합니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는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이 꽤 있습니다. 때로는 유명하지 않지만 붐비지 않는 조용한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감상 포인트 1. 파리의 몇 안 되는 예술가의 집과 아틀리에
자드킨은 이곳에 살기 전 몽파르나스 근처에 있는 2층 -한국식으로는 3층-의 아틀리에에서 작업했다고 합니다. 나무와 돌로 조각하는 조각가에게 2층의 아틀리에의 바닥은 작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새 아틀리에를 찾고 있었는데요.
정원과 집, 아틀리에가 가능했던 이곳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실제로 들어가면 해가 잘 들어 해가리개를 해놓은 걸 볼 수 있었는데요. 해가 잘 들어오는 큰 창의 밝은 작업실에서 자드킨의 상상력이 마음껏 발휘되어 많은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예술가들은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서 몽파르나스로 거점을 옮기게 됩니다. 수많은 몽파르나스 예술가들 가운데, 이 집은 파리 15구 앙투안 부르델 미술관과 함께 실제로 파리의 몇 안 되는 조각가의 작업실 중 하나라고 합니다.
집 겸 아틀리에는 아티스트의 생활과 창작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직접 방문해보니, 자드킨이 왜 이곳에서 평생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감상 포인트 2. 360도로 감상해야 하는 조각 작품들
저는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자드킨의 작품들은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정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도 감동을 주지만, 때로는 형태가 과장되거나 간단하게 비틀어버린 모습에서 예술가들의 재치와 상상력을 느낄 수 있어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거든요.
조각이 흥미로운 이유는 360도 모든 방향으로 감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보이는 입체감과 느낌도 다른데요.
원통의 나무 안에 한정되어 있는 공간에 상상력을 집어넣어 조각한 작품들은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자드킨은 피카소에 의해 큐비즘을 접하게 됩니다. 모든 세밀함이 배제된 단순화된 형태에서 자드킨은 새로운 시각과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새로운 형태를 찾기 시작합니다.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원시적인 형태의 돌과 나무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감상 포인트 3. 평화로운 정원
개인적으로 자드킨 미술관이 좋았던 이유는 이 정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의 작품이 곳곳에 배치한 작은 조각 정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파리의 큰 아파트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더 작고 소중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티스트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겨져있을 것 같은 작업실과 작품들로 당시 파리의 몽파르나스 예술가의 삶을 상상하게 된달까요.
미술관 앞에 통나무 의자에 앉아 쉬면서 초록 초록한 나무와 풀에서 생생한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사람이 북적한 파리 룩셈부르그 공원 가까운 곳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니, 파리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무료 미술관이니 도심 속의 평화를 느끼고 싶을 때는 이곳을 부담없이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리의 숨겨진 명소로 추천드립니다.
자드킨 미술관 Musée Zadkine
100 bis rue d'Assas 75006 Paris
월요일 휴무
화~일 10시~18시
무료 입장 (특별전시경우, 유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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