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5월 14일은 '유럽 박물관의 밤'의 날이었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박물관들이 일 년의 단 하루 자정까지 무료로 개방되는 행사인데요. 박물관 개방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까지 진행되는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파리의 큰 박물관, 미술관들은 이 날 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예약이 필요한 인기 있는 박물관들은 오래전부터 예약이 찼더라고요. 벌써 18년째 계속되고 있는 유럽 박물관의 밤의 행사라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유럽 박물관의 밤 - 파리 로댕 미술관의 황홀한 밤
저는 올해 프랑스 파리 로댕 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로댕의 조각도 멋있지만 여기 정원을 무척 사랑하는지라 밤에 오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습니다.
박물관의 밤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됩니다. 저녁을 먹고, 여유 있게 밤 9시쯤 넘어 로댕 미술관에 들어갔습니다. 토요일이고 무료 개방이니 박물관의 밤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밤 9시지만 아직은 밝은 유럽의 밤. 로댕미술관의 정원은 봄에 오면 이렇게 장미꽃이 만발해있습니다. 프랑스답게 잘 조경된 로댕 미술관의 정원은 유명해서, 정원만 따로 방문할 수 있답니다.
정원 초입에 들어서면, 로댕의 대표적인 작품 <생각하는 사람 Le Penseur>이 맞아줍니다.
이 <생각하는 사람>은 로댕의 걸작 <지옥의 문 La Porte d'Enfer> 상단에 위치한 수많은 인간 군상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턱을 괴고 고개 숙여 생각하는 모습은 고통과 고뇌가 느껴집니다. 팔다리, 등의 근육이 실감 나게 조각되어서 그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8세기에 지어진 로댕미술관 건물은 로댕이 말년에 구입해 죽을 때까지 살았던 저택이라고 합니다. 그의 작품과 컬렉션을 프랑스에 기증하면서 로댕미술관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파리 7구 앵발리드 군사박물관과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중심에 위치해있어, 조명으로 둘러싸인 밤의 로댕미술관은 화려했습니다. 마치 한여름밤 대저택의 스와레(soirée:야회)에 초대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수많은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선선한 초여름의 공기를 마시며 달빛 아래 미술관 정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일 년에 단 하루 개방하는 밤이니 더 특별한 피크닉이 되겠죠?
정원 끝까지 걷다 보니 이내 어두워졌습니다. 작은 연못에 비추어진 빛나는 로댕의 대저택과 조명의 조각들은 로맨틱한 파리의 밤을 연출해줍니다.
특히 달빛 아래에서 감상하는 로댕의 조각은 더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둠과 조명의 조화가 조금은 무서운 느낌도 들고,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게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낮에 왔다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밤에 오니 보이는 것들이 조금 오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죠. 특히 조명에 비춰 더 잘 보였던 거미줄이 쳐진 조각들은 긴 세월 오랫동안 이곳의 밤을 지키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낮에 왔으면 못 느꼈을 감정이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의 맞은편 정원에는 <지옥의 문 La Porte d'Enfer>을 볼 수 있습니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주제로 한 로댕의 걸작입니다. 로댕은 이 작품을 위해 이백 여명의 인물과 그룹을 만들고 오랜 시간 구상과 고민을 하였습니다. 현재 로댕 미술관의 청동 주조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로댕 사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로댕이 만든 석고형 원본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있다고 합니다. 지옥의 검은 문을 밤에 보니, 튀어나온 양감의 형태가 더 극적이고 사실적인 지옥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지옥의 문>의 맞은편에 위치한 <세 그림자 Trois Ombre>입니다. 이 작품 역시 <지옥의 문> 정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 중에 하나입니다. 고개가 과하게 꺾어져 어깨에 짓눌린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빛나는 에펠탑과 함께 아름다워 보입니다.
로댕미술관 내부도 들렸습니다만 많은 사람들과 초여름의 열기로 땀냄새가 가득해, 빠른 걸음으로 둘러만 보고 나와야 했습니다. 밤 열한 시가 다 되는 시간인데도 박물관의 밤을 즐기려는 인파들이 끊임없이 몰리더라고요. 때문에 직원들이 가방 조심하라고 소매치기 주의를 주더군요. 파리는 이런 문화 행사가 많아 참 좋은데, 사람 많은 곳은 늘 경계를 해야 한다는 게 참 피곤합니다.
평소 로댕미술관은 오후 6시 30분까지 운영합니다. 일 년에 단 하루, 자정까지 열리는 박물관의 밤 행사로 아름다운 로댕미술관의 황홀한 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낮과 밤은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정원이 아름다운 로댕미술관은 제가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는 미술관이기도 합니다.
유럽 박물관의 밤은 매년 5월 중에 찾아오니 파리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 혹은 이 기간에 유럽에 계신 분들 날짜가 맞으시면 유럽의 낭만적인 밤을 박물관에서 보내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유럽 박물관의 밤에 대한 정보▼
▼파리 무료입장 가능한 박물관, 미술관 리스트▼
그럼 저는 또 다른 프랑스 정보, 프랑스 일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댕 미술관 Musée Rodin
주소: 77 rue de varenne, 75007 Paris
메트로: Varenne(13호선), Invalides (13호선,8호선)
월요일 휴무, 화요일~일요일 10시~18시30분
입장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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